베이징은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도시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자금성의 붉은 기둥 사이로 수백 년의 역사가 숨 쉬고, 그 길을 조금 벗어나면 현대적인 쇼핑몰과 감각적인 카페가 펼쳐집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베이징이 그렇게 매력적인 곳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실제로 도시를 걸으며 마주하는 풍경들은 예상보다 훨씬 다층적이며, 문화적 밀도가 놀라울 정도로 높습니다. 특히 베이징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남는 기억이 있다면, 오래된 골목 후퉁을 걷던 시간, 그리고 정성 들여 구워낸 베이징덕 한 점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던 순간이 될 것 입니다.
시간 여행 탐험
베이징 여행의 핵심은 단연 시간 여행이다. 자금성 즉 고궁 박물관을 마주하는 순간, 붉은 성문 사이로 흐르는 공기의 무게가 확 달라집니다. 자금성의 웅장한 정전을 지나며 들리는 발걸음 소리는 마치 수백 년 전 신하들이 황제에게 조복을 입고 들어가던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명·청 왕조의 중심지였던 만큼 규모나 정교함이 압도적입니다. 자금성을 나와 천안문 광장으로 이어지는 길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광장답게 스케일이 다르며, 새벽의 국기 상승식은 베이징 시민들에게도 특별한 순간으로 여겨집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만리장성입니다. 상상 이상으로 길고 웅장한 성벽을 따라 바람이 불어오면, 왜 중국의 상징이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조금 더 감성적인 여행을 원한다면 후퉁을 추천합니다. 오래된 석가루 건물과 좁은 골목 사이로 카페, 갤러리, 수공예품 가게가 어우러져 있어 베이징의 생활 문화를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공간입니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이 도시의 리듬이 담긴 생활의 현장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래된 시멘트 벽과 낮은 회색 지붕, 가끔씩 마주치는 전통 사합원들은 마치 1900년대 초 베이징 시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러나 같은 골목에 세련된 카페와 젊은 예술가의 스튜디오가 공존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층층이 쌓이고 과거와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베이징덕의 유래
베이징을 제대로 여행하려면 베이징덕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단순히 유명한 음식이 아니라, 베이징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는 상징적 요리이기 때문입니다. 베이징덕의 기원은 명나라 시대 황실의 연회 요리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에는 북경에서 온 특별한 오리라는 의미로 황실에서만 즐길 수 있는 귀한 요리였고, 엄격한 굽기 방식과 도살 기준까지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 오리 요리가 시민들에게까지 퍼지기 시작한 것은 청나라 말기로, 전문 베이징덕 식당들이 생겨나며 대중화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취덕은 1864년부터 운영되며 베이징덕의 상징이 되었고, 외가 팔뚝보다 더 바삭하고, 속은 솜처럼 부드럽다는 평을 받습니다. 베이징덕은 단순히 오리를 굽는 것이 아니라, 공기 말리기, 꿀물 바르기, 황토 가마에서 굽기까지 이어지는 장인의 기술이 중요합니다. 여행자로서 베이징덕을 맛본다는 것은 단지 한 끼 식사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황제의 식탁에서 출발해 시민의 일상 음식이 되는 과정을 몸으로 체험하는 일과 같습니다. 식당에서 베이징덕을 주문하면 바로 썰어주는 조리사가 등장합니다. 보통 108조각 또는 120조각 등 정해진 규칙에 따라 얇고 고르게 썰어냅니다. 전통적으로는 세 가지 방식으로 즐깁니다. 세 가지 방법 중 가장 취향인 것을 골라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첫 번째 바삭한 껍질만 설탕에 찍어 먹는 방법입니다. 입에서 똑 하고 깨지는 식감이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두 번째로는 고기와 껍질을 함께 밀전병에 싸서 먹는 것 입니다. 밀전병 안에 오이, 파채, 단맛의 텐멘장을 넣어 풍미를 조화시키는 전통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기름을 우려낸 오리 수프 또는 볶음 요리로 마무리해서 드시는 방법입니다. 해당 방법은 베이징덕 식당에서 2차 요리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경험하면 베이징 덕이 왜 중국 최고의 요리로 불리는 지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여행 방법, 맛집 추천
베이징은 도시 규모가 크고 구역 간 분위기 차이가 큰 만큼,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이동 동선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자금성,천안문, 왕푸징은 서로 가까워 도보 또는 짧은 이동 동선으로 묶어 방문하는 것이 좋고, 만리장성은 반나절 이상을 투자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교통은 지하철이 가장 안정적이며, 스마트폰 결제를 이용하면 편리하지만 VPN 문제를 고려해 여행 전에 설치와 연결 테스트를 꼭 해두어야 합니다. 또한 중국은 알리페이등 다양한 휴대폰 간편결제를 사용하는 것이 많으니 미리 한국에서 설치하여 카드 등록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미식은 베이징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베이징덕 외에도 궈차오 스타일의 현대식 중국 요리, 양꼬치, 마라샹궈, 그리고 후퉁 골목 속 작은 식당에서 내주는 집밥 느낌의 요리들이 의외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개인적으로 베이징의 아침을 즐기고 싶다면 따장먼 즉 중국식 크레페나 더우장같은 길거리 음식으로 시작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현지인의 리듬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쇼핑이나 기념품은 왕푸징 거리와 난뤼꽁에서 찾기 좋습니다. 단, 관광지 근처 가게들은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있어 몇 군데를 둘러본 뒤 사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베이징은 공기 질이 시시때때로 달라지므로 미세먼지 마스크나 보습제, 생수 등을 챙기면 여행 내내 훨씬 편안하게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