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테말라의 옛 수도 안티구아(Antigua Guatemala)는 한 도시 안에 “활화산과 하룻밤 캠핑, 노란 아치(산타 카탈리나) 아래의 산책, 로컬 농장에서 바로 차려내는 브런치”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해발 고원의 선선한 공기 덕에 낮에는 산책이, 저녁엔 불꽃처럼 터지는 푸에고(Fuego) 화산을 바라보며 모닥불을 즐길 수 있습니다. 1–3일 짧은 일정에도 '압축된 명작'이라 느낄 수 있을 만한 관광명소입니다.
안티구아 여행 하이라이트
안티구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아카테난고(3,976m) 오버나이트 트레킹입니다. 오후에 오르기 시작해 해발 3,600m 안팎의 베이스캠프에 텐트를 치고, 밤새 맞은편 푸에고 화산의 붉은 분화를 감상을 합니다. 운이 좋으면 15–20분 간격으로 타는 듯한 분연을 보기도 한다고 합니다. 체력 난도가 있는 편이라 첫날은 발 아래 스크리(자갈 모래) 때문에 ‘세 걸음 오르면 한 걸음 미끄러지는’ 구간이 나오며, 고도 적응을 위해 안티구아에서 1–2일 먼저 머문 뒤 도전하는 걸 추천합니다. 하루 일정으로 가볍게 불의 땅을 느끼고 싶다면 파카야(Pacaya) 데이 하이크가 훌륭한 선택입니다. 용암이 흘렀던 들판 위로 걷고, 운이 좋으면 따끈한 화산열 근처에서 ‘마시멜로 굽기’ 체험도 가능합니다. 하산은 경사가 있고 자갈이 미끄러워 트레킹 폴이 있으면 무릎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 가이드를 동행하고 장비(헤드램프·윈드브레이커·견고한 신발)를 갖추는 건 기본입니다. 베스트 시즌은 대체로 건기(11–4월). 이때가 하늘이 맑아 조망·야외활동 성공 확률이 높고, 특히 12–2월은 공기가 선선해 트레킹 컨디션이 좋습니다. 다만 성수기라 인파가 늘어 가격과 혼잡도가 오르니 11월·3–4월 ‘숄더 시즌’을 노리면 좋습니다. 우기(5–10월)는 비가 오락가락하지만, 초록이 짙고 인파가 줄어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도시의 얼굴
도시의 얼굴은 단연 산타 카탈리나 아치. 노란색 아치 너머로 화산이 액자처럼 걸린 풍경은 ‘안티구아다움’을 상징합니다. 오전 8–10시 사이가 한적하고 색감도 깨끗하게 잡혀 사진이 예쁩니다. 아치 아래를 지나며 자갈길의 굴곡을 따라 걷다 보면, 바리오(동네)마다 카페·아틀리에가 숨어 있어 골목 리스트업이 저절로 늘어납니다.
고요한 시간을 원한다면 수도원 유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라 메르세드, 라스 카푸치나스과 안뜰을 추천드립니다. 두껍게 벗겨진 회벽, 정원 분수,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회랑을 걷다 보면 “왜 예술가들이 이 도시에 정착하는지” 체감됩니다. 점심 이후엔 세로 데 라 크루스(Cerro de la Cruz)까지 슬로 하이킹으로 도시 전경을 내려다보세요. 해질녘이면 지붕 위로 그림자처럼 드리운 아구아 화산이 황금빛으로 물들기도 합니다. 안티구아는 느린 산책이 어울립니다. 하루쯤은 지도 앱을 끄고, 마음이 가는 대로 카페에 앉아 로컬들이 오가는 것을 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다음 트레킹을 앞둔 오후라면 물 1~2리터와 전해질 드링크를 미리 챙겨 두는 것도 좋습니다. 고지대 특성상 아침·밤 기온이 뚝 떨어지니, 가벼운 패커블 패딩이나 윈드브레이커는 항상 가방 맨 위에 두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현지 음식 추천
안티구아 커피는 ‘고도·테루아·장인 로스터리’ 삼박자가 맞다고 유명합니다. 페르난도스 카페(Fernando’s Kaffee)는 자체 로스팅과 초콜릿 공방까지 운영해 싱글 오리진의 향을 또렷하게 느끼기 좋습니다. 이른 오전, 도시가 아직 고요할 때 마당 좌석에 앉아 모닝 커피와 과테말라식 브랙퍼스트로 컨디션을 올리면 트레킹 전날 루틴으로 딱입니다. 팜 투 테이블의 정수를 보여주는 곳으론 카오바 팜스(Caoba Farms)입니다.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농장·레스토랑으로, 주말 파머스 마켓과 다양한 액티비티도 운영해 여행 동선에 경험치가 쌓입니다. 그날 수확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에그 디시·버거류가 인기. 아이와 함께라면 작은 동물 농장과 잔디 마당이 있어 여유로운 점심에 추천드립니다. 로컬 가정식 느낌을 원한다면 폴로 아 라 브라사(숯불 치킨)나 페피안(과테말라식 스튜)을 잘하는 식당을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안티구아의 식당들은 가격대가 넓어, 트레킹 전후엔 탄수화물 중심의 푸짐한 한 끼로 체력을 보충하고, 하산 뒤 저녁엔 수프나 티로 속을 데우는 식의 루트를 짜면 좋습니다. 예약은 점심 땐 워크인도 가능하지만, 주말 저녁·성수기에는 미리 확정해 두는 게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