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레스덴은 독일에서 가장 극적인 역사를 품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엘베강의 피렌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바로크 도시였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폭격으로 거의 전부가 폐허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도시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유적을 복원하고 잃어버린 예술품들을 찾아오며,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처럼 다시 도시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찾아오면, 이곳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스트리첼마르크트, 즉 드레스덴 크리스마켓이 열리며 도시 전역이 따뜻한 불빛과 향신료 향으로 가득해집니다. 이 글에서는 드레스덴 구시가지가 지닌 역사적 의미, 크리스마켓의 기원, 그리고 반드시 맛봐야 할 전통 음식을 깊이 있게 소개합니다.
구시가지의 역사
드레스덴 구시가지는 한 단계 한 단계 복구해 온 되살아난 도시”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18세기 즈비르거, 프라우엔키르헤, 레지덴츠성은 모두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바로크, 로코코 건축으로 손꼽혔지만, 1945년 대규모 폭격으로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전후 수십 년 동안 유적 복원은 정치와 경제적 문제로 지연되었지만 시민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건물 벽의 잔해 하나하나를 번호를 붙여 보관했고, 통일 이후 복원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마침내 도시의 모습이 다시 세상 앞에 드러났습니다. 현재 구시가지를 걸어가다 보면 곳곳에서 검게 그을린 바로크 돌들이 보이는데, 이는 폭격 당시 불길과 열을 견딘 원래의 부재를 그대로 사용해 복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레스덴의 구시가지는 새로운 도시가 아니라, 과거의 영광과 참혹한 상처를 동시에 품고 있는, 살아 있는 역사 그 자체입니다.
쯔빙거 궁전
드레스덴 쯔빙거 궁전은 이 도시의 예술적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 건축물입니다. 바로크 양식의 정수라 불리는 이 궁전은 18세기 작센 선제후 아우구스트 강건왕의 지시로 건설되었습니다. 당시 그는 드레스덴을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했고, 궁전은 그 야심을 그대로 담아낸 공간이었습니다. 쯔빙거라는 이름은 원래 성벽과 성벽 사이의 공간을 뜻하지만, 이 건물은 군사적 기능보다는 축제·연회·예술 전시를 위한 화려한 궁정 문화의 무대로 설계되었습니다. 궁전의 특징은 넓게 펼쳐진 정원과 조각으로 장식된 문, 우아한 갤러리와 회랑이 이어지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특히 니언페나넬 분수는 바로크 장식미를 극대화한 공간으로, 천상의 요정과 물의 여신 조각들이 층층으로 배치되어 있어 예술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또한 궁전 내부에는 세계적인 박물관들이 입주해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회화관입니다. 여기에 소장된 라파엘로의 시스티나 성모는 유럽 회화사에서 손꼽히는 걸작으로, 많은 여행자가 이 작품 하나만 보기 위해서라도 쯔빙거를 찾습니다. 전쟁 당시 궁전은 큰 피해를 입었지만, 드레스덴 시민들과 미술관 관계자들이 무너진 조각과 돌조각까지 번호를 붙여 보관하며 복구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의 쯔빙거 궁전은 과거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상처를 함께 품은 공간으로 되살아났습니다. 햇빛이 회랑 위에 비치고 정원 분수의 물결이 부서질 때, 쯔빙거는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드레스덴의 예술, 역사, 회복의 상징으로 살아 숨 쉬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마켓
드레스덴의 스트리첼마르크트는 1434년에 처음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무려 59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크리스마켓으로, 드레스덴 시민들의 자부심이자 독일 전역의 겨울을 여는 상징적 행사입니다. 시장 곳곳에는 전통 장인들의 목각 인형, 오르골, 양초 장식, 레이스 공예가 이어지고, 중앙에는 거대한 14m 높이의 크리스마스 피라미드가 세워집니다. 피라미드는 동독, 작센 지역의 전통 장식으로, 층층이 회전하며 성경 속 장면이나 인형들이 등장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집니다. 또한 매년 열리는 슈톨렌 축제는 드레스덴 크리스마켓의 중심입니다. 이 전통 행사는 약 3~4톤에 달하는 초대형 슈톨렌을 마차 행렬로 운반해 광장에서 나누어 먹는 의식으로, 이 도시만의 특별한 역사와 풍요의 상징입니다. 이 모든 경험은 드레스덴이 왜 겨울 여행지로 특별한 매력을 지니는지 자연스럽게 설명해줍니다. 드레스덴 크리스마켓을 여행할 때 반드시 맛봐야 할 전통 음식들이 있습니다. 이 음식들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작센 지역의 풍습이 담겨 있는 문화적 체험이 됩니다. 첫 번째로는 드레스덴 슈톨렌입니다. 슈톨렌은 15세기부터 드레스덴을 대표해온 크리스마스 빵입니다. 버터, 럼에 절인 건과일, 아몬드, 향신료가 풍부하게 들어간 이 빵은 중세 시대에는 부활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드레스덴 슈톨렌 협회가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정식 인증을 받은 빵에만 마크가 찍혀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글뤼바인이 있습니다. 겨울 시장의 분위기를 완성시키는 따뜻한 향신료 와인입니다. 계피, 정향, 오렌지 껍질이 들어 있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드레스덴의 밤에도 몸을 온기 있게 데워줍니다. 머그컵이 기념품이 되는 경우가 많아 여행자들에게 더욱 인기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브라트부어스트가 있습니다. 이 것은 독일식 소시지처럼 보이지만, 드레스덴 지역은 특히 향이 진하고 굵은 작센식 조리법을 사용합니다. 구운 빵 사이에 간단히 넣어 먹어도 풍미가 꽉 차며, 달콤한 머스타드와 함께 먹으면 더욱 깊은 맛이 살아납니다. 이외에도 바삭한 포테이토 팬케이크, 아몬드 향이 나는 게브레넬 등이 시장 곳곳에서 팔리며, 하나씩 맛보다 보면 시장을 걷는 것만으로도 완전한 한 끼가 됩니다.